쿠바 여행 #02 - 쿠바 아바나에서 서울 고속터미널행 한국 시내버스를 만나다

Posted by 김치군
2009.05.04 07:26 그외 지역들/09 쿠바 멕시코

쿠바를 여행하기 전에 이미 쿠바를 다녀온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 가면 서울 시내버스가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어요."라는 말. 하지만, 쿠바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한국 시내버스를 바로 발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까삐똘리오로 옆에서 아주 익숙한 녹색 버스를 발견할거란 그 사실을.

그냥 사진으로만 보면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의 좀 특별해 보이는 지역에 4212번 시내버스가 잠시 정차해 있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충분히 한국이라고 믿을만 하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번호판이 한국 번호판이 아닌 HWP929라고 쓰여있는 쿠바의 번호판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까삐똘리오 옆에 주차되어있는 버스는 방배동행 4212번 버스였다. 서울에 있을 때 몇번 이용해 봤던 버스이기도 해서 반갑기는 했는데, 도대체 이 버스가 녹색을 그대로 간직한 채 쿠바의 한복판에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 버스를 타면, 한국의 방배동까지 바로 갈 수 있을까?"

라는 망칙한 상상을 하면서 버스를 구경했다. 갓 수입된 것일까, 아니면 아직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했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안내문들도 그래도 붙어있었는데, 그 날짜가 2008년인 것을 보면 쿠바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녀석인 것 같았다. 쿠바 아바나의 한복판에서 발견하는 서울 시내버스의 느낌이란 굉장히 묘하다. 순간적으로, 내가 한국으로 되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이 버스는 그냥 정차해 있는 버스라서 어떻게 이곳에서 버스가 운행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쿠바에서 버스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런 의심없이 탔던 꼬히마르(Cojimar)행 58번 버스. 버스를 타기 전만해도 DAWEOO라고 쓰여있는 글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쿠바에서 이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버스라는 사실밖에는 별다른 짐작을 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버스를 타고보니, 뭔가 굉장히 익숙했다. 분홍색의 좌석과 손잡이 모양. 깨져있는 벨의 모양. 그리고 손잡이와 에어컨의 모양까지. 너무 익숙한 느낌에 주위를 더 둘러봤다.


서있던 곳의 윗부분에는 '서울 교통카드의 새 이름 - 내이름은..."이라고 쓰여있는 한글이 보인다. 처음 탈때는 색이 완전히 달라서 짐작하지 못했었는데, 이 버스도 바로 서울에서 운행하던 버스였던 것. 버스에 있던 안내문의 날짜가 2007년 9월인걸로 봐서, 이 녀석도 쿠바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것 같았다. 다만, 2년동안 운행된 것 치고는 엄청나게 낡아버리긴 했지만.


쿠바의 시내버스는 금연. 쿠바를 여행하는 한국사람들을 위해서 한국말로 '금연'이라고 써주는 센스도 잊지 않는 쿠바 버스회사의 친절함에 눈물이 주룩 난다. ㅠㅠ...



엄벌을 한다는 문구는 그대로 남겨놓은걸 보면, 쿠바에서도 '버스 운전기사 폭행'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인 듯 싶었다.(-_- ); . 물론, 쿠바 사람들이 한글을 이해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서도, 버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글의 흔적은 즐거움 그 이상이었다.


꼬히마르(Cojimar)에서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버스를 탔다. 이 버스의 창문에는 '으뜸 양천'이라는 글씨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사진을 보니 아까 타고왔던 그 버스였던 듯 싶다. 물론, 운전기사와 돈을 걷는 아저씨는 바뀌어 있었지만.

쿠바에서 만난 한국. 어쩌면 이런 것이 여행의 시작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돈 40센타보(약 100원)를 내고 타는 버스에서 만난 한국의 흔적.

새삼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문득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했던 버스.

다시한번 이야기하고싶다.

"쿠바에는 서울 방배동행 시내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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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
    • 2009.05.05 10:13 신고
    왠일이니 ㅎㅎㅎ
  2. 헉-ㅅ- 완전 웃겨요 ㅋㅋ
  3. ㅎㅎ재미있어요~여행에 가끔 지칠 때 저 버스를 보면 갑자기 집에 가고 싶지 않을까요?
    4212 저희 동네 근처 다니는 버스인데 신기하네요^^
    • 아직 여행 1달이 채 안됬을때라..

      그렇게 가고싶지는 않았어요 ㅋ
  4. 너무 반가웠을것 같아요
  5. ㅋㅋㅋ 겉은 그렇다쳐도 안쪽까지. . . -.-;
    사진 보다보니 웃음이 나네요. . . ㅎㅎㅎ
    • 새로 단장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낀게 아닐까요
  6. ㅋㅋ 재밌네요..ㅋㅋ
  7. 러시아로 수출하는 얘기는 들었는데 쿠바까지~~ ^^;;;
    • 버스타고 세계여행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ㅎㅎ
  8. 재밌는 광경이네요..^^
    시내버스로 쓰던거 많이 수출한다더니..
    세계 이곳저곳에 있네요..^^
    • 네.. 세계 이곳 저곳에서...

      발견되는 한국버스의 모습이죠..

      이거.. 특집 한번 해볼까요?ㅋ
  9. 정말 재미있는데요.^^
    쿠바에서 만나는 한국 버스라~ 재미있을것 같아요.
  10. 있다!없다?에 제보해야겠어요.ㅋㅋㅋㅋㅋ
    쿠바에서 시내버스로 서울에 올 수 있을까? ^^
  11. 쿠바에 나도 가고 싶다..ㅠ 여행 한번 못가보고 결국 사회인으로 넘어가야 하는건가..ㅋ 주변에 형의 블로그 한번 안가본 사람이 없던데 최고에요!!ㅋ 그런데 저 버서는 멀쩡해 보이는데 게다가 녹색 버스는 얼마 안된건데 쿠바까지 오게되었을까^^

    (형 블로그에 리플 쓸려면 티스토리 변환해서 들어와야해서 귀찮아..ㅠ 티스토리가 요령있게 이런 부분을 호환해주면 더 좋을텐데 아쉽다~ 기술적 문제가 있겄지..ㅋㅋ)
    • ㅋㅋㅋㅋ..

      내 주변엔 내 블로그 안가본 사람이 넘치는데 ㅡ.ㅡ;;;

      티스토리... 그냥 쓰다보면 익숙해지는거다 ㅋㅋ
  12. 오호호호호호홋~진짜 반갑겠는걸요?

    ㅎㅎ 왠지 버스타는것만으로도 재밌을거 같아~
  13. 저는 베트남에서 경방필백화점 버스를 발견한 후로 한국버스만 찾아다녔다는...후후
    • 통일소녀
    • 2009.05.15 19:29 신고
    근데 저 4212번 버스 안에는 아무도 없네요. 번호라도 바꿔야 되는거 아닌가요? 밑의 58번 처럼요....
    ㅋㅋㅋ 쿠바얘기 너무 재미있어요.
  14. 한국버스가 쿠바까지 수출되다니 자랑스럽군요. 혹시 천연가스버스도 있던가요??
    • 아뇨 ^^*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하는 작업에서 중고차량으로 판매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 후후
    • 2009.08.11 01:54 신고
    으뜸양천..여긴 제가사는동넨데 추 재엽 구청장님이 만들어놓은 양천구의 브랜드명 입니다.쿠바까지 그 소문이...
    • 그렇군요. 쿠바가 양천구를 좋아하나봅니다;
    • 유나
    • 2009.08.28 18:31 신고
    우연히 여행기를 보고 있는데,,,,사진하나마다 짧은 글들을 써주시니 제가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라 색다르네요..이런거 답글 잘 안쓰고 보기만 하는데 즐거워서 답글 씁니다!
  15. 어제 TV에서 한국을 알리는 영화에서 김치군님 4212버스가 나오더라구요!
    보자 마자 어 김치군이다!~

    잘지내시죠 요즘 어디로 여행을 하시나요!
    • 허당
    • 2012.10.16 18:55 신고
    사진 잘보고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다니다가.... 노후되어 대차한 버스를 아직쓸만하면 폐차하지 않고....

    멕시코, 러시아, 아시아지역에 외국으로 수출 한다고 합니다....

    한글 안지운것 한글을 좋아하거나 우리나라에 달렸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안지웠다고 하네여....
  16. 밑에서 6번째 사진..
    중고차 수출할때... 스테레오는 떼버리는군요...
    노래 테잎은 못듣겠네요..

    한국식 레미콘 안내방송까지 나오면 더 대박육텐데..ㅋㅋㅋ